대성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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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연세대(원주) 의예(정시) 합격

  • 권*현조회 2976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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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저는 후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대성학원 벽에 붙어있는 글을 읽으며 저와는 먼 이야기들이라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재수이야기에 앞서 수능 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팁 두 가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수능 결과에 대해 초연한 마음상태를 가지세요. 결과에 너무 연연하게 되면 자연히 수능시험장에서 긴장하게 되고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저는 적어도 시험장에서 만큼은 망치면 망치는 대로 운명에 맞춰서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시험을 치렀습니다. 어찌 보면 반쯤 포기한 생각이지만 긴장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중요한 시험만 닥치면 괜히 쉬운 문제임에도 잘 안 풀리고 버벅거리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번쯤 있으실 거예요. 제 경우에도 모의고사에서 국어시험이 끝나고 수학시간에 문제 풀 때 초반에 계산문제에서 평소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답답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 팁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각 영역의 시험시간 사이 쉬는 시간에 다음 시간에 치를 영역의 연습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비록 화장실 갔다 오고 시험지 배부시간을 제외하면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만 남지만 국어나 수학 기출문제를 풀면서 워밍업을 해주는 게 시험시작 직후 초반부의 쉬운 문제들을 빨리 풀어나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의 두 가지만 실천하셔도 시험 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제 반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작년에 수능을 정말 망쳤습니다. 다행히 수시에서 대학 한 군데에 붙게 되었지만 원하는 학과를 가지 못해서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한다 하더라도 대학에 반드시 붙는다는 보장이 없어서 반수를 하게 되었고요. 그 당시에 반수에 대한 결심을 빨리 굳힌 게(부모님께 부담을 끼쳐서 죄송하지만 저 스스로는 재수를 정말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만큼 수능에서 받았던 성적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흔들리지 않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수를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공부를 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재수선행반을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학원에 대한 고려 없이 얼떨결에 들어오긴 했지만 수업의 질이나 시스템에 대해서 매우 만족했습니다.(사실 처음에는 심하게 억압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조퇴나 외출이 매우 어렵고 평일, 주말 모두 강제야자였기에 겨울방학동안 나태하게 살아온 저로써는 아침에 나가서 밤에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재수선행반 초기, 정말 장염 때문에 아파서 병원에 가기위해 외출증을 끊으면서 담임선생님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때는 서러움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지만 선행반이 끝나갈 무렵에는 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많이 긴장이 풀려있었습니다. 카톡방에서 고등학교 친구들이 단체로 놀러갈 곳을 알아볼 때 혼자 학원에 갇혀있는 것도 굉장히 서러웠고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습에 빠지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몸은 집에서 놀고 있더군요.

     

    그렇게 해서 생각했던 것 보다 공부를 많이 하지 못 한 채로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기 중에는 학과공부에 바빠 수능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 할게 뻔했기에 미리 공부를 많이 해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후회했습니다.(그래도 선행반 때 미리 적응기(-겨울방학동안 풀려있던 생활태도와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적응)를 거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대학교 학기가 시작되자 저는 수강신청 때 최대한 학점을 낮게 신청했습니다. 학기 중에도 시간을 내서 수능공부를 할 생각 이었어요. 그리고 곧바로 재수학원 주말반을 알아보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주말에 학원을 다니게 되니 시간이 정말 부족했습니다. 이러다 학교생활은 학교생활대로 망치고 수능공부도 제대로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학교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내가 왜 대학까지 와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심지어 주위에서도 실패할거라고 반수를 말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주말반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벅찼고 학교 일정과 학원 주말반 수업이 겹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결국 주말반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주말반을 그만둘 때에는 제가 혼자서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걱정이 앞섰지만 계속 다닌다고 하여도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안 한 덕에(?) 6월 모의고사에서 결과가 처참했더라도 큰 충격 없이 잘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금 뻔뻔하지만 공부를 안 하고 시험 본 거니까 점수가 나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틀린 문제를 확인하면서 이 정도면 4개월 공부해서 충분히 100점 맞을 수 있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학기가 끝나고 반수반 학원을 알아보면서 작년12, 올해 1월을 다니면서 익숙해진 노량진 대성학원을 계속 다니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학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친구는 정말 최소한으로만 사귀고 모든 걸 공부에 전념하자!라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기에 최대한 말을 아끼고 지냈습니다.

    매달 모의고사를 보고 상위100명의 성적을 게시해 놓는 표가 있었는데 일부러 그 표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들의 성적과 제 성적을 비교하면 자신감만 잃을 거란 생각에 제 성적표의 점수만 확인하면서 점수상승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자고 다짐했습니다.

    특히 수학영역에서 점수가 오르지 않아 많이 좌절했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틀린 문제를 점검하고 다시 풀면서 설마 남은 기간 동안 이 정도 점수를 못 올리겠냐?라고 생각했어요. 하루에 1점씩만 올린다고 치면 수능 당일까지 충분히 올리고도 남을 점수이고 실수하나 줄일 때마다 적어도 2점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학원 생활은 대체로 평범하게 했습니다. 그냥 남들 하는 대로 자습시간에 공부하고 숙제해 가고, 집에 들어가면 늦은 시간이라 집에서는 거의 공부 안하고 주로 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주말까지 전부 합치더라도 학원에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많았습니다!)

    학원에서 자습점검표를 나눠주면서 자습을 할 때마다 동그라미를 채우라고 하였는데 빈칸 하나 없이 전부 색칠되어있는 표를 볼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비록 여름방학이 지나면서 전부 색칠하지 못하게 되었지만요.(지금도 그때 일주일정도 긴장이 풀리면서 표를 전부 채우지 못 한 점이 아쉽습니다.)

     

    반수라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그렇다고 슬럼프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밝은 성격이 아니라서 슬럼프가 자주 오는 편이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일부러 아무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성적표를 보면 암담하고 수시도 쓰지 않았던 상황이라 때때로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지만, 돌이킬 수 없다면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9월 모평을 보고 나서 점수는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학시험 볼 때 좀 더 안정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고 계산실수를 줄였다는 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제가 자주 떠올린 것은 수학선생님의 말씀이었습니다.(‘수학은 수능 전날에 공부해도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른다.’) 이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 상황에선 정말 소중한 희망이었죠.)

     

    그렇게 9월도 지나가고 10월도 순식간에 지나고 마침내 11월이 되었습니다. 수능 며칠 안 남기고 종업식을 할 때는 정말 수능을 본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그동안은 시간가는 것도 잊고 그냥 학원 하는 거에 맞춰 살면서 아무생각 없이 살았거든요. 비록 남은 시간이 2~3일이 안 되었지만 남은 시간에도 평소처럼 학원에 나와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시험결과에 상관없이 나 스스로에게 끝까지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결과가 나쁘더라도 나한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사실 수능전날 밤 10시까지 남아서 자습하고 난 뒤에 칠판에 커다랗게 내일이 수능이다라고 적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습니다. 조금 유치할 수 있지만 재밌잖아요? - 결국 실제로 했습니다.)

     

    반수를 한 경험을 전체적으로 돌이켜보면 반수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재수에 비해서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 의대를 가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틈틈이 남는 시간을 좀 더 잘 활용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긴 합니다. 재수는 어떤 경우에서건 정말 큰 결심을 필요로 합니다. 먼저 재수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시고 일단 재수를 결심했으면 주변에서 안 된다. 하지마라. 불가능하다하고 여러분의 꿈에 대해 차갑게 비웃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꿋꿋하게 나아가세요.